서평
우리 안의 '톰'과 '매기'를 발견하는 여정 - 조지 엘리엇, 시대를 넘어 말을 걸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을 통과하며 어른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세상과 부딪히고, 타인과 관계 맺으며 자아를 형성해 갑니다. 때로는 찬란한 이상에 가슴 뛰고, 때로는 쓰디쓴 현실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여기,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남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지 엘리엇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톰과 매기 털리버, 이 두 아이의 성장은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성찰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조지 엘리엇, 본명 메리 앤 에번스. 그녀는 남성 중심의 문단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남성 필명을 사용해야 했던 시대의 불합리함 속에서도, 인간 내면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영문학사에 길이 빛날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서사 전달을 넘어, 등장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심리,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도덕적 선택과 성장의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이것이 바로 엘리엇이 ‘심리적 리얼리즘의 대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 책, 『톰과 매기 털리버』는 엘리엇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도록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물론 원작의 방대함과 철학적 깊이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겠으나, 핵심적인 두 인물, 톰과 매기의 선명한 대비와 그들의 관계를 통해 엘리엇 문학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너무나 다른 두 남매가 있습니다. 오빠 톰은 현실적이고 관습을 중시하며, 명예를 아는 소년이지만 때로는 융통성 없고 타인의 감정에 둔감한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동생 매기는 풍부한 상상력과 뜨거운 감수성, 지적 호기심을 지녔지만 충동적이고 사회의 틀에 갇히기 힘들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엘리엇은 이 두 아이의 대조적인 성격을 통해, 그리고 그들이 겪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인간 본성의 다양한 측면과 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가령, "제4장 잼 페이스트리를 둘러싼 소동" 편을 보면, 톰은 공정함을 내세우지만 매기의 섬세한 감정을 읽지 못합니다.
"눈 감아, 매기."
...
"네가 걸렸어." 톰이 다소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
"오, 톰, 네가 먹어. 난 괜찮아. 다른 것도 좋아. 제발 이거 가져."
"싫어." 톰이 거의 화난 듯 말했다.
...
"이런 욕심쟁이!" 매기가 마지막 한 입을 먹자 톰이 소리쳤다.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매기의 이타심과 톰의 원칙주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와 상처를 생생하게 목격합니다. 매기는 톰을 기쁘게 하고 싶었지만, 톰은 그녀의 마음보다 자신의 ‘공정한’ 규칙에 더 매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의 작은 균열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깊은 골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매기의 캐릭터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그녀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던 순종과 정숙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적 욕구가 강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때로는 격정적인 행동으로 주위를 놀라게 합니다. "제5장 가족 파티"에서 머리를 제멋대로 잘라버리는 장면이나, "제8장 매기와 집시들"에서 가출하여 집시들과 함께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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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 안의 '톰'과 '매기'를 발견하는 여정 - 조지 엘리엇, 시대를 넘어 말을 걸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을 통과하며 어른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세상과 부딪히고, 타인과 관계 맺으며 자아를 형성해 갑니다. 때로는 찬란한 이상에 가슴 뛰고, 때로는 쓰디쓴 현실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여기,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남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지 엘리엇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톰과 매기 털리버, 이 두 아이의 성장은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성찰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조지 엘리엇, 본명 메리 앤 에번스. 그녀는 남성 중심의 문단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남성 필명을 사용해야 했던 시대의 불합리함 속에서도, 인간 내면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영문학사에 길이 빛날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서사 전달을 넘어, 등장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심리,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도덕적 선택과 성장의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이것이 바로 엘리엇이 ‘심리적 리얼리즘의 대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 책, 『톰과 매기 털리버』는 엘리엇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도록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물론 원작의 방대함과 철학적 깊이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겠으나, 핵심적인 두 인물, 톰과 매기의 선명한 대비와 그들의 관계를 통해 엘리엇 문학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너무나 다른 두 남매가 있습니다. 오빠 톰은 현실적이고 관습을 중시하며, 명예를 아는 소년이지만 때로는 융통성 없고 타인의 감정에 둔감한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동생 매기는 풍부한 상상력과 뜨거운 감수성, 지적 호기심을 지녔지만 충동적이고 사회의 틀에 갇히기 힘들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엘리엇은 이 두 아이의 대조적인 성격을 통해, 그리고 그들이 겪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인간 본성의 다양한 측면과 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가령, "제4장 잼 페이스트리를 둘러싼 소동" 편을 보면, 톰은 공정함을 내세우지만 매기의 섬세한 감정을 읽지 못합니다.
"눈 감아, 매기."
...
"네가 걸렸어." 톰이 다소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
"오, 톰, 네가 먹어. 난 괜찮아. 다른 것도 좋아. 제발 이거 가져."
"싫어." 톰이 거의 화난 듯 말했다.
...
"이런 욕심쟁이!" 매기가 마지막 한 입을 먹자 톰이 소리쳤다.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매기의 이타심과 톰의 원칙주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와 상처를 생생하게 목격합니다. 매기는 톰을 기쁘게 하고 싶었지만, 톰은 그녀의 마음보다 자신의 ‘공정한’ 규칙에 더 매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의 작은 균열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깊은 골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매기의 캐릭터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그녀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던 순종과 정숙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적 욕구가 강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때로는 격정적인 행동으로 주위를 놀라게 합니다. "제5장 가족 파티"에서 머리를 제멋대로 잘라버리는 장면이나, "제8장 매기와 집시들"에서 가출하여 집시들과 함께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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